Submitted by hyacinth @
자학하고, 괴롭고, 점점 자신을 제어하기가 힘들고 끝내 침잠한다.
한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죽게되면 자연히 생의 흔적들을 정리하게 될 것인데 평소 일기를 쓰는 사람이었다면 그제야 주위서 발견하게 되고 공개될 것이다. 생전에는 꼭꼭 숨겨두었던 이야기들도 죽은 후에 공개되는 것까지 꺼리지는 않을 것이다. 자폭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이미 저 세상으로 건너갔는데 어떤 거리낌이 있으랴. 되려 죽은이는 완전한 무無를 두려워하지 않을까. 잊혀진 채 자신, ego가 있었던 사실의 증거가 전혀 남지 않는 것. 이것은 죽음 이상의 죽음이다. 아니면 진정한 죽음의 의미인가. 반대로 말해 자신ego의 존재를 바닥까지 증명해내 세상에 남길 수만 있다면──죽음이라고 볼 수 없다. 나는 이 세상에 '남는다'.
나를 증명시킴. 일생에 걸친 목적에 대한 가장 최초의 과제.

무엇이 결여되어 있었는지, 지난 2,3주간의 갈등은 결국 펜을 잡았어야 했나. 인간의 본성이 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면, 나는 성인聖人이 되기는 글렀나보다. 언제부터인가 신상기록 성격에 확실히 무엇을 써야할 것인가를 알게되었던 '극도로 신경질적'임이란 정의. highly nervous temperature. 남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과는 많은 차이가 있어 믿어지지 않는 표정을 짓겠지만 '극도의 신경질적' 본성을 이성으로 억누르고(抑;おさえる) 있을 뿐이다. 심장을 죄는 듯한 짜증의 근원은 그대로 가슴을 헤집는다. 가장 속 병나기 쉬운 스타일이다. 최소 100세 이상의 기대수명을 목표로 모범적 식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가 일찍 죽는다면 필시 내적요인 때문이리라. 다른 누구처럼 dog같은 성질을 스스로 dog가 되어 심신일치의 조화를 이루면 그나마 덜할텐데 이 것은 안에만 갈무리하고 있는 느낌(실제로는 아니더라도 이런 감이 있다는 것은 확실히 실제로 봐야한다. 말 그대로 마음의 문제이니)만 드니 정말 아찔하다. 성격개조의 근원적인 해결보다, 쌓여가는 스트레스의 일소방법이 지금의 나에겐 더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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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2007-12-23 07:0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