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에 독을 넣는 오류(fallacy of poisoning the well)
어떤 논증이 제시되기도 전에 그 논증을 미리부터 비난하기 위해 감정이 실린 말을 사용하는 오류를 말한다. 예컨대, “분별있는 사람은 누구도 그 사람을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게 바로 그런 경우다. 이 용어는 중세 유럽의 유대인 박해로부터 유래하였다. 어떤 마을에 전염병이 돌면 사람들은 유대인들이 우물에 독을 뿌렸다고 소문을 내 유대인들을 학살하곤 했다. 이 수법은 반론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사용된다. 니체는 “내가 ‘인간은 타락하였다’라고 할 때 나에게 동의하지 않는 자들은 자신들이 이미 타락하였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니체 같은 거물이야 그런 ‘억지’를 부려도 되겠지만, 거물이 아닌 사람이 이 수법을 쓰면 오히려 다칠 수 있다.
(참고문헌) 앤서니 웨스턴, 이보경 옮김, 『논증의 기술』(필맥, 2004), 181-182쪽; 김광수, 『논리와 비판적 사고』(철학과현실사, 1995), 4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