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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널리 쓰이게 된 유홍준 교수의 제1권 머릿말에서 나온 명언인데, 이것이 오래 전부터 전해져 온 격언이 아니라는 사실이(*) 여전히 놀랍다. 그러나 이 말과 비슷한 표현은 세계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 '우물 안 개구리'도 비슷한 뜻을 담고 있지 않은가.

(*추가: 완전히 새로운 말은 아니고 조선 정조 때의 문장가 유한준(兪漢雋)이 남긴 말을 유홍준 교수가 조금 고쳐서 만든 말이라고 한다. 글을 쓰고 나중에 알았다.)

어디서 유래했건, 나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표현을 아주 좋아한다. 이 말은 사실 매우 유용한 말이다. 이 말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지식을 습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시각과 판단력이 달라질 수 있음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경험을 쌓는다면 그만큼 더욱 세상을 잘 이해할 수 있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컨텍스트에 대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겉으로 드러난 사실, 작은 이야기의 조각, 단편적인 수치들을 '텍스트(text)'로 간주할 수 있다. 그리고 텍스트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컨텍스트(context; 맥락)'가 필요하다.

진실은 컨텍스트를 아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주며, 이를 이해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풍부한 이해와 공감을 가질 수 있다. 즉, 컨텍스트는 우리가 사실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컨텍스트는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가장 믿음직하고 보편적인 수단임에 틀림없다.

나는 교차검증 역시 좋아하는데 교차검증으로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태도나 노하우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실에 대한 갈증이 있는 사람이 많고, 그런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 여러 매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몇해 전 어떤 르포르타주 기사에서 한 노인의 "내가 원하는 것은 하나, 오직 진실이야!" 라는 외침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또한 WikipediaKo:줄리언_반스의 부커상 수상작인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The Sense of an Ending)』는 줄거리를 단순하게 보면 옛 친구가 남긴 일기를 찾아가는 이야기이지만 작가가 담은 메시지는 의심할 바 없이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은 직접적으로 주인공에게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며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자신의 개인적 경험으로부터 완전히 잘못된 결론을 내리며 만족한다. 컨텍스트를 모르는 사람(주인공)에 대한 우화로 보일 따름이다.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
컨텍스트를 모르고 내가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사람은 컨텍스트의 가치를 알기 어렵다. 모든 사실에 부연을 자세히 전달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모두에게 무한정 제공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번거롭더라도 각자가 사실의 뒷이야기를 찾아가면서 해석하기를 권할 수밖에 없다. 해보면 의외로 재미있을 것이다.

진실은 저마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가지면 되며, 내가 밝혀낸 진실이 중요하다고 누군가에게 주장할 생각은 없다. 나는 가끔 누군가와 공유하면 좋겠다고 판단한 정보를 발신하는 것 뿐이다.

진실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견해를 가지고 해석한다. 하지만 이 때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컨텍스트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흠, 이런 컨텍스트가 있었구나. 나름 재미있군."과 같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흠, 이런 컨텍스트가 있었구나. 나름 재미있군."

'아는 만큼 보인다' 란 말을 들을 때마다 언젠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이다. 오랜 생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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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톨렌 : 독일 현지에서 성탄절 기간에 케이크와 동시에 가장 많이 팔리는 빵. 성탄절 약 1달 전에 미리 만들어서, 대림시기 동안 성탄절을 기다리며 한 조각씩 얇게 잘라 먹는 빵이다. 영양가도 높고 열량도 높아 독일인들이 한 끼를 때울때 이걸 먹으면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장기보존이 중요하므로 안에 들어가는 말린 과일도 럼주에 1달~1년 가량 담가 두었다가 쓰고, 빵을 다 구운 후에 살짝 끓여서 수분을 제거한 버터와 슈거 파우더를 듬뿍 뿌려 막을 형성시켜 보존성을 높인다. 약 2~3개월 정도 보존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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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제대로 된 빵집이 있다. 봄이나 겨울에 기간한정으로 몇 종류의 빵을 팔 때가 있는데, 인기가 있어서 지역 주민들에게 금방 다 팔린다. 특히 크리스마스 한 달 전에는 슈톨렌을 판매한다. 이 때를 위해 슈톨렌을 만들기 위한 1년 동안 과일을 숙성시키는 항아리가 가게 구석에 있는 걸 평소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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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호일, 종이, 랩으로 꽁꽁 싸여 있다. 먹는 방법은 실온에서 밀폐 보관하고 조금씩 잘라서 먹는다. 포장을 풀자마자 숙성한 과일향이 가득 퍼지는 것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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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빵은, 마치 커피와 함께 안 먹으면 죄를 짓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장 중요한 말을 빼먹었다. 너무 맛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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